어린 아이에게 저 산은 할아버지 산이란다 가르치면 하부지 산이라고 한다. 하부지 산이라 불러본 지 몇 십년이 지난 것 같다. 장항선을 타면 차창 밖으로 오래오래 따라오는 얼굴 아마 이 얼굴, 이 윤곽선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어린 시절은 몰랐었다. 어느 지방을 지나고, 어떤 산을 보고 있는 것인지... 성인이 되어 간혹 장항선을 타고 오르내리면서도 참, 오래오래 이 얼굴은 알고 있었는데, 정말 몰랐었다. 홍성에 와서 살다...용봉산의 전체 얼굴을 담고 싶어 담았다가, 그 진면목을 보는 순간에 아...그 산이다.. 하부지 산.....오늘 아침, 나는 잊어버린 얼굴 중 하나를 찾았고....바로 내 마음속에 신비롭게 잠자고 있던 산의 주인공이 하부지 산, 저 용봉산임을 오늘에야 알았다. 저 산 그늘 밑에서 아니 그 품에 안겨서 오늘은 술 한잔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