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을 담기위해 다니다 보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때가 많다. 솟을대문과 높은 대청, 넓은 마당이 한 눈에 들어오는 사랑채, 수많은 종들과 식솔들이 들락거리는 영화롭던 시절을 상상해 본다. 지금은 발길조차 끊어진 퇴락한 고옥, 지붕엔 와송이 우거지고 거동조차 불편한 노인들이 아니면 아예 빈 집으로 남아 있다.고택의 뒤꼍, 추수를 마치고 우케를 널어 말리던 멍석을 말아서 비 안 맞는 처마아래 알뜰하게도 간수해 두었다. 다음해에 쓸 요량으로... 하지만 다시 사용할 어른은 영면에 들었으니 눈 안가는 뒤꼍을 돌볼 사람이 없다. 수 백 년을 살다가 베어져 함지박이 되어, 다시 아낙들의 손끝에서 또 수 십 년은 살았을 법한 함지박도 떼어 둔 고방 문짝과 함께 버려지듯 엎어져 속절없이 스러져 간다.“인무백세인(人無百歲人)이나 왕작천년계(枉作千年計)니라”라고 한 선현들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고택의 뒤꼍에서 본 이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나서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