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훈(박용래)첩첩 山中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읍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래뚝, 그 너머 江기슭에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坑(갱) 속 같은 마을. 꼴깍, 노루 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록 창문은 木瓜(모과)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노인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우를 깎기도 하고 고구마를 깎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 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